지난 1월 뉴욕에서 열린 애플의 교육 이벤트는 교육활동을 면밀히 지원하는 애플의 앱 3종을 소개하는 동시에, 기존의 애플의 교육시장에 대한 분산된 접근을 일관된 패키지로 묶어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첫번째, iBooks 로 학생들에게 디지털 상호작용 교과서, 두번째, iBooks Author 로 디지털 교과서 자가출판, 마지막으로 iTunes U 를 독립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한 것입니다. 디지털 교과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iBooks 와 iBooks Author 가 면밀히 엮여져 있다면, 이 모든 것을 통합해 애플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교수학습환경을 구축해낸 것이 독립된 앱으로 새로이 출발하는 아이튠즈 U 입니다.
블로그스피어에서의 열광하는 반응을 식히는 포스트가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호응하고 있고, 애플의 CFO 인 Peter Oppenheimer 에 따르면 발표 후 5일만에 아이튠즈 U 앱의 다운로드 수가 300만 회, iBooks Author 앱의 다운로드 수가 60만회 에 달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연작에서는, 디지털 교과서에 비해 관심이 덜하지만, 애플의 교육 전략의 상위 플랫폼 역할을 하는 아이튠즈 U 가 애플의 전략 및 교육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근대 교육의 틀에 갇혀있는 한계를 차례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이패드에서 실행한 아이튠즈 U 화면.
출처 : iTunes U Education: Impressions and Review For Students | Pinoytutorial Techtorial
애플의 iTunes U 전략: 수업자료 뿐만 아니라 교수-학습 제반환경을 iDevice Ecosystem 에 가져오다
기존의 아이튠즈 U 는 아이튠즈를 통해 접근 가능한 부속메뉴이자 PodCast 의 연장으로 영상 강의를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유통플랫폼 역할이었습니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튠즈 U에는 미국 기준 50만개, 아시아 기준 35만개 가량의 강의, 영상, 읽기자료, 팟캐스트 등이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앱으로 독립되어,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팟 터치에서 이용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교수자가 강의 페이지(course page) 를 생성하여, 강의소개서(syllabus), 교수 방문시간(office hours), 공지사항, 과제 등의 강의 과정 중의 활동을 아이튠즈 U 내부에서 수행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대학 및 이에 준하는 기관에서만 아이튠즈 U 사이트를 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등교육에 해당하는 K-12 교육기관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였습니다.
물론, 온라인 수업 게시판은 어느 대학의 어느 강좌든 갖추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아이튠즈가 단순히 수업게시판 역할과 아이튠즈 U 를 결합한 것이라면 그다지 놀랄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튠즈 U 가 애플의 전략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교육과 관련한 제반환경과 수업자료를 애플의 컨텐츠-디바이스 생태계 안으로 긴밀히 통합시킨 플랫폼이라는 사실입니다.
애플의 iTunes U 전략: 컨텐츠가 있는 공간에 커뮤니케이션을 유치한다. (단, 아이디바이스에서만)
이는 애플이 지향하는 것이 아이튠즈 U 를 통한 아이디바이스 에서의 컨텐츠 소비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설령 웹브라우저를 통해 아무 커넥티드 디바이스에서든 아이튠즈 U 의 강의 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아이북스 교과서나 아이디바이스 전용 앱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애플은 단순히 교수-학습환경만을 디지털로 가져 온 것이 아니라, 디지털로 끌어온 교수-학습환경에 애플의 자랑스런 컨텐츠를 녹여넣으려는 것이고, 교수-학습환경은 그 컨텐츠 제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인 셈입니다.
애플은 이 이전에도 컨텐츠와 컨텐츠 제공자, 컨텐츠 소비자가 드나드는 복판에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유치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튠즈 핑 Ping! 이라는 소셜 네트워크였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관심을 잃긴 했지요. 컨텐츠 생산자인 아티스트와 컨텐츠 소비자인 리스너들의 소셜 네트워크였습니다. 이러한 핑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튠즈라는 컨텐츠 장터에서 이미 디지털 재화가 거래되고 있었고, 그 위에 소셜 레이어를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애플이 아이튠즈 U 를 통해 마련해 놓은 교수-학습환경 역시 이 플랫폼에서 만나는 교수자와 학습자가 애플의 컨텐츠를 매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레 애플의 교육 컨텐츠 매출이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타 플랫폼에 일부라도 개방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되면 애플이 설계한 다음의 일련의 흐름이 깨져버릴테니까요. 아이튠즈 핑과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면, 그 이유는 교수-학습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빈번한 활동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리적 교실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디지털 환경으로 가져온다면 성공이겠지요.
교환할 가치가 있는 재화들이 거래되는 장터는 자연스레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됩니다.
출처 : Tourism, Poverty Alleviation and Local Economic Development | Lorton Consulting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적자에 준하는 이윤으로 킨들 파이어를 파는 아마존이 노리는 것은 아마존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자연스레 아마존 컨텐츠 소비를 늘리는 것입니다. 최근 투자은행 RBC의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적자를 감수하고 팔린 킨들 파이어 한대가 추가적으로 벌어들이는 도서, 책, 비디오 등의 컨텐츠 수익은 고객 한명당 평생 $136 에 달한다고 합니다.
아이디바이스들(iDevices)은 교육 소비 디바이스로 탈바꿈합니다. 미국 교육기관에 보급된 아이패드는 약 1백50만대로 추산됩니다. 강의자료에는 기존의 영상 강의 뿐만 아니라, 문서, 음성, 무엇보다 아이패드용 디지털 교과서 iBooks textbooks for iPad 를 지원함으로써, 애플이 유통하는 디지털 컨텐츠로 공부합니다. 학생들은 강의 중의 여러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튠즈 U 에 수없이 드나듭니다. 강의교재인 아이북스 교과서와 강의화면를 오가는 화면전환은 아이튠즈 U 내에서 통합되어, 홈버튼을 두번 눌러 선택할 필요도 없이 쓸어넘기는(Swipe) 동작만으로 화면전환이 가능합니다. 아이북스 교과서에서 한 필기내용은 아이튠즈 U 에서 별도로 확인 가능합니다. 당연히 여러 디바이스 간에 문서, 필기, 책갈피 등의 동기화를 지원합니다. 또한 강의부속자료로 iOS 을 링크시킬수도 있습니다. 천문학 수업이라면 Solar Walk – 3D Solar System model 앱을, 화학 수업이라면 Periodic Table of the Elements 앱을 연결하여 학생이 수업에 몰입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애플이 밝힌 것처럼 교육 앱이 20,000 여개에 달할 뿐더러 교육 관련 앱에 값을 지불할 고객을 겨냥해 앞으로 더 활발하게 앱 개발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보입니다.
McGraw-Hill 대표인 Terry McGraw 역시 애플의 교육 이벤트 이후 가진 AllThingsD 와의 인터뷰에서, 애플과 자신의 출판사의 협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전자책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만들어, 전자책이 하나의 학습 플랫폼의 일부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iTunes U 플랫폼이 교육 패러다임에 미치는 영향: 누구나 학생으로 비동기적 학습에 상호작용할 수 있다. (단, iDevices 만 있다면)
기존의 아이튠즈 U 역시 PC 혹은 Mac 에 iTunes 를 설치한 누구라도 강의자료에 접근가능했지만, 새로 앱으로 출시된 아이튠즈 U 를 통해, 강의에 더 밀접히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강의를 다운받은 뒤에 학습자가 의지적으로 수강을 위해 노력해야 했으나, 이제는 교수로부터 상호작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강의를 계속 듣고자하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학생이 아닌, 지구상 어디에 있는 누구라도, iDevice 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각종 수업 자료에 접근이 가능하고, 과제를 제출할 수 있고, 교수자로부터 공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모이도록 강제해 강의했던 동기적 근대 교육이,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교육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비동기적 교육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온라인/디지털 교육의 시도는 애플이 선두주자는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애플은 새로운 기술과 제반환경을 들여오지만, 사람들이 낯설어할만큼 빠르지는 않게, 하지만 무르익기 이전에 시장의 성장에 참여해 그 결실을 거둘 만큼으로 반발짝 앞서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미칠듯이 뛰어나게’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애플이 미국의 메이저 교과서 출판사들과 적극적으로 움직임에 나선 이상 이러한 비동기적 교육은 주류적인 흐름을 서서히 타기 시작할 것입니다.
반면, 누구나 교수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튠즈 U 사이트를 갖고있는 교육기관-이를테면 Yale 대학교나, MoMA 미술관 등-에 속한 교수자들에게만 강의 페이지를 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애플이 AppStore 에 올라오는 앱들을 검수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강의를 검수하지는 않지만, 아이튠즈 U 사이트를 열려면 애플과 협의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기관이 강의의 큐레이터 역할을 한다면, 그에 앞서 어떤 기관을 들일지 큐레이터 자체를 큐레이션하는 것은 애플인 셈입니다.
어디서든, 언제든, 누구든 배울 수 있습니다.
출처: Miami University | iTunes U
주류시장으로 진입하는 디지털 교육: 애플이 시작나팔을 불다
애플이 교육 이벤트를 개최한 곳은 애플이 위치한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뉴욕이었습니다. 교과서 출판사들의 중심도시인 뉴욕이 교육 이벤트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었겠지요. 애플이 음반 산업, 스마트폰 산업, 신문 산업, 잡지 산업 등 다른 여러 산업의 사업모델을 변화시키고, 그 수익을 분배받는 식으로 혁신을 거듭했던 것처럼, 이제는 교육 산업도 애플이 관심을 가질만큼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장이라는 것을 애플의 성대하면서 전면적인 이벤트가 말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