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등의 성장 시장에서 디지털 디바이드 (Digital Divide)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저가 교육용 컴퓨팅 디바이스에 대한 보급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개발국가의 교육용 컴퓨팅 디바이스의 규모와 역사 면에서 OLPC 가 최전선에 있습니다
첫번째 디바이스인 XO-1 가 2007년 세상에 선보인지 4 년이 지났고, 여러 국가에서 디바이스를 사들여 자국에 보급했지만, 여전히 보급 규모는 2백5십만대 수준(OLPC 추산)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입니다. 2010년 출시된 아이패드1이 출시 80일 만에 3백만 대를 판매했다는 수치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4년간 공언해온 XO-3 태블릿을 2012 년 CES 에서 발표한 OLPC 로서는 2012년이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반면, 저가 교육용 컴퓨팅 디바이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여러 도전자들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인도 정부의 $35 Aakash 태블릿의 선주문량이 아이패드1의 선주문량 1십9만대의 7배 이상인 1백4십만 대로 기록되었습니다. 또한, 아이패드를 저개발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게 애플이 중고 아이패드를 재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해야한다는 주장도 최근 제기되었습니다. 한편, 인도 지방 정부에서는 Intel, MS 등의 후원을 받아 저가 랩탑을 지원하면서, ICT 지원이 다른 정부 사업보다 앞서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달과 더불어 저렴한 씬클라이언트 PC 를 보급하겠다는 업체도 있습니다.
이번 연작에서는 OLPC 가 마주한 치명적인 한계들을 점검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를 위협할 대안 교육용 저가 디바이스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영리 기관인 OLPC 에서 강조하는 사명과 영리 업체 혹은 정부 주도의 이니셔티브가 강조하는 효율성이라는 두 접근 방식의 차이가 낳을,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예측해보고자 합니다.
Photographed by Jacob Simkin
[위] 아프카니스탄 교실에서 학생들이 OLPC 로 수업중이다.
[아래] CES 2012 에서 발표한 XO-3 태블릿. 커버 안쪽에는 2시간 충전하면 4시간 사용가능한 태양열 패널이 달려있다.
출처: [위] One Laptop Per Children – OLPC in Afghanistan: Briefing Note
[아래] One Laptop Per Children – The XO-3 tablet is on display at CES | One Laptop per Child
디지털 디바이드: 성장 시장일수록 극심하다
영국의 위험분석회사인 MapleCroft 이 2011년 3월 발표한 디지털 통합 지표(Digital Inclusion Index) 조사에 따르면 인도(39)와 러시아(134), 브라질(110), 중국(103) 등의 BRICs 국가들의 지표가 네덜란드(186), 덴마크(185), 영국(182) 등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지표를 구하는 데 쓰인 10개의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바일 가입자, 브로드밴드 구독자, 유선 전화 개통수, PC 와 TV 설치된 가정수, 인터넷 사용자수, 보안 인터넷 서버 수, 인터넷 대역, 이차교육등록율, 성인문해율.
BRICs 국가 중에서도 지표가 가장 낮은 인도는 “굉장히 위험”한 군으로 분류되었습니다.인도의 고소득 계층은 ICT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인구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중산층도 소비재에 대한 수요를 키우는 주된 계층입니다. 반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소득 계층은 ICT 서비스와는 지형학적으로 소외되어 있습니다. 지표에 이용된 앞선 수치들을 인용해보면, PC 소유한 가정은 전체의 3%에 불과하고, 이차교육 등록율은 55%, 성인 문해율은 63% 이하입니다.
Maplecroft 에서 발표한 디지털 통합 지표.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위험이 크다. 중남미,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이 위험지역임을 알 수 있다.
출처: Maplecroft – Maplecroft ranking highlighting the ‘digital divide’ reveals India lagging behind Brazil, Russia and China
명백한 한계
OLPC 운동의 외부적인 시각, 예컨대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PC보다 물과 먹을 것이 더 중요하며, 더 적은 비용으로 도서관을 세우거나 중고 랩탑을 재활용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 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한계에 봉착해 있는 것이 OLPC 의 현실입니다.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소개된 한계점을 중심으로 그러한 한계들을 소개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 중 하나는 훈련,지도,문제해결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회적인 보급 이후 기술지원이나 교사훈련 프로그램이 거의 제공되지 않은데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나 산출물 평가를 무시하다시피 하였기 때문입니다.
교사 훈련이 없다는 것도 한계입니다. OLPC 재단은 저소득 어린이에게 XO 디바이스를 주는 것으로 할일을 마칩니다. 혼자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네그로폰테의 설명이지만, 이는 오히려 “지식의 저주“라는 오만한 인상을 줍니다. 페루의 전직 인턴 Jeff Patzer 의 진술에 따르면, 이런 상태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버그라도 나타나면 교사나 학생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줄을 몰라 결국에는 다시 박스에 포장에 구석에 쌓아두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턴의 주된 업무는, 서버 설치나, 네트워크 설정, 소프트웨어 버그 수정 따위가 아닌, 교사들이 XO 디바이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여러 결함이야말로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소프트웨어의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지속적인 업데이트입니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 많은 것이 첫번째 문제입니다. 또한, 페루에서는 XO 디바이스의 Sugar 운영체제를 자국에 맞게 개량(fork)하여 보급하느라, 운영체제의 개선사항이 개량된 페루 운영체제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반영되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적용된 1년 만기의 활성화 키도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의해 사용에 지장을 줍니다. XO 디바이스 내부 클락(clock)이 종종 동기화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현재 시간이 엉뚱하게, 2008년 2월이나 다른 임의의 시기로 설정되어버려, XO 디바이스를 더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곤 하였습니다.
열악한 기술지원 역시 문제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여러 결함이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정책은 빈약합니다. 페루의 교사에게 제공된 문제해결방법은 단 두가지였습니다. 소프트웨어 문제면 컴퓨터를 다시 켜고, 하드웨어 문제라면 보고하라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점차 디바이스와 멀어지고, 사용이 뜸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위] 페루의 학생이 XO 디바이스를 다루고 있다. 표정은,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무를 앞에 둔 것 마냥 어둡다.
[아래] 페루의 교사가 XO 디바이스를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관심은 다른 데에 있음에도, 선생님의 고군분투가 느껴진다.
출처: Part 5: Who’s to blame? Why the OLPC plan in Peru is failing and who is causing it. | Jeff Patzer
마지막으로,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여러 국가들이야말로 큰 장벽입니다. OLPC 는 낱개로 판매되지 않으며, 구매를 희망하는 국가에 대량으로 판매는 것이 보급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OLPC 기기의 보급을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국가에서 OX 디바이스의 도입을 채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반면, 인도의 개발경제학자 Atanu Dey 는 OLPC가 기술적으로 훌륭한 결과물일지언정, OLPC 의 도입이 인도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며, 도입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인도의 교육 문제의 근본은 체계의 결함 때문이며, 기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므로 기술적인 해결책을 도입한다 한들 근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논지였습니다. 인도의 인적자원개발부처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허락할 수 없다며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 바 있고, 오히려 독자적인 디바이스 개발을 통해 $35 의 Aakash 태블릿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장벽으로 인해 저가의 교육용 컴퓨팅 디바이스의 보급이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만한 노력이 계속적으로 이어져왔습니다. 오는 1월 19일 교육에 관련한 이벤트를 예고한 애플이 디지털 교과서 혹은 도서 개인 저작/배포 플랫폼을 발표할 것이라 예측되는 가운데,아이패드의 중고상품을 저개발 시장에 판매 또는 기증하자는 주장을 먼저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UPDATE 2012/03/03] 애플의 교육 이벤트에서는 디지털 교과서, 디지털 교과서 Mac 용 저작도구인 iBooks Author, 그리고 디지털 교수-학습공간 공간 기능 등의 요소가 추가된 iTunes U 의 독립 발표가 있었습니다. 관련 포스팅입니다.
- 관련 글 : iTunes U 독립 I 의미: 교수학습환경을 애플의 컨텐츠-디바이스 생태계와 긴밀히 결합하고, 근대교육의 시공간적 동기화를 해체하다 2012/02/10/
“교육용 디바이스 OLPC 는 대체될까? (1) 적은 호응과 명백한 한계”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