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알려준 매체는 업무시간 전 열어둔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 순위 키워드였습니다. 당황스러운 키워드에 구글로 영어권 기사를 검색해보니, 실제였습니다. 올 것이 왔는데,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은 몰랐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 트위터를 열어보니, 거의 모든 타임라인이 그에 대한 소식이었습니다.
누구의 죽음이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어느 누가 남기고 간 열정과 영감이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추모를 남기게 할까요? 그는 사상가도, 정치가도, 박애주의자도 아닌, 하이테크 사업의 기업가였는데 말입니다.
2007 년 MacWorld 에서 iPhone 을 세상에 선보인 스티브 잡스.
Apple Computer 란 사명에서 Computer 를 떼어내, Apple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발표이기도 하다.
출처: SFGate Blog – Steve Jobs: Live blogging from the Macworld floor
잡스는 인간의 연장(extension)인 도구의 본질을 우리에게 다시 일깨워줬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어떤 소비자들과 어떤 기업은 팔기 위해 만든 제품을 매개로 해 금전을 교환하는 경제 행위를 합니다. 애플의 소비자와 애플은 금전을 매개로 해, 제품을 교환하며 느낌을 주고받는 의사 소통 행위를 합니다. 잡스가 만든 것은 그러한 제품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제품이 나오기까지 미시적으로 거시적으로 예측하고 실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자 거대조직, 즉 애플입니다.
그에 대한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수십년간의 하이테크 사업의 진지한 경기자로 임한 그의 여러 인터뷰에서 이미 많은 비밀을 밝힌 바 있습니다. 돌려 말한적도 없으며, 오히려 친절하게 때로는 자신의 생각이 언어화되기 어려운 것을 인정해가며, 그가 생각하는 것들을 말해왔습니다. technology 그리고 liberal arts 의 교차점이라는 말을 엉뚱하게 이해하여, 그의 생각에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제품 개발에서 시간을 들여 고민하지 않는 다른 기업을 지적하던 잡스라면 다시 경계할 만한, 우리의 사고의 게으름의 반영입니다. (liberal arts 는 인문학으로 번역되었습니다만, 언어와 철학 뿐이 아닌 수학과 과학이 포함된 문리과대학에서 가르치던 과목, 그러니까, 지성의 기초에 가깝지요.)
그가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끼쳤는지, 우리 안의 무엇과 공명했는지, 그의 여러 인터뷰들을 되돌아보며 그의 생각하고 느끼던 것에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그의 생전에 그의 키노트와 이야기를 접했을 때, 우리가 불량하게 빚어가고 있는 삶의 여러 산물에 대해 느끼곤 하던 부끄러움과, 우리가 잊어버린 창조의 기쁨과 우아함을 알아보는 입맛에 대한 아쉬움의 뿌리를 건드려보고자 합니다.
다음 글 : 디자인이란 제품의 내면부터 표면까지 모든 층에 걸쳐 표현되는 창조물의 영혼입니다: 스티브 잡스 인터뷰 #1
“스티브 잡스를 다시 인터뷰하다: 창조물, 제품 그리고 애플”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