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과 인터뷰한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회장의 [버추얼 네이션(virtual nation)]론에서 탄성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기에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기존의 가상의 커뮤니티에 적용되던 [버추얼 네이션]이라는 개념을 자신의 사업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적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사업의 미래 전략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경영 전략의 매력적인 사례가 될 만 하다.
이런 참신한 적용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버추얼 네이션]론이 지향하는 ‘네이션’과 그 네이션이 빚어낼 유통경제의 성격은, 부가가치창출과 유통의 권력이, 체계적인 조직으로부터 활발히 참여하는 대중에게로 넘어간 ‘버츄얼’, 즉 웹의 세계관과 불일치하고 있다.
[Update 2012/08/18] SM엔터테인먼트는 “버추얼 네이션” 개념을 사업 상의 전략적 개념 차원 뿐만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같은 언어로 자신의 상품을 체계화시킨다. 2012년 8월 18일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3’ 공연 전 “가상국가(버추얼 네이션) ‘뮤직 네이션 SM타운’ 선포식을 가졌다”.
월드 투어에 앞서 SM 소속 가수들은 전 세계가 하나 되는 가상국가(버추얼 네이션) ‘뮤직 네이션 SM타운’ 선포식을 가졌다. 팡파레로 선포식의 막을 연 ‘SM 선포식’은 전세계 각 국가에서 모인 팬들의 퍼레이드로 올림픽 개막식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 퍼레이드에는 한국,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호주, 스페인, 브루나이, 카자흐스탄, 폴란드, 러시아, 미얀마, 이스라엘,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폴, 말레이시아, 필리판,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30여개국을 대표하는 팬들이 자국 국기를 들고 운동장에 입장했으며 SM 소속 가수들은 한 명씩 팬대표에게 꽃 다발을 건넸다.
퍼레이드가 계속 되는 동안, 슈퍼주니어의 신동, 이특, 은혁이 재치있는 입담으로 현장을 생중계해 재미를 더했다. 퍼레이드 후에는 동방신기가 SM타운 문구가 적힌 깃발 게양을 하며 가상 국가 선포식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이후 강타와 보아가 선언문을 낭독했다. 강타는 “이 공연을 함께해 주시기 위해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와 주신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음악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한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다. 평생 음악을 했고 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서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우리의 가능성을 믿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아는 강타의 말을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전하며 팬들의 큰 함성을 받았다.
강타와 보아의 선언문 낭독 이후 강타, 보아, 유노윤호, 최강창민, 예성, 태연, 종현, 루나, 백현, D.O, 첸, 루한은 곡 ‘디어 마이 패밀리’를 함께 부르며 SM 가상 국가 선포식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출처: OSEN – SM, 콘서트 앞서 가상국가 선포식…올림픽급 스케일
사진 출처 : SM, 콘서트 앞서 가상국가 선포식…올림픽급 스케일
첫번째 꼭지, 소비되는 컨텐츠는 누구에게서 나오는가?
이수만 회장은 “SM 음악을 중심으로 프랑스인, 중국인, 미국인이 모여들고 동질감을” 느낀다며, SM 에서 기획되고 제작 및 제공되는 컨텐츠들을 향유하는 이들을 문화적 가상국민이라, 그의 표현에 따르면 예컨대, “SM의 `재프랑스동포`“라 칭한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제작되어 유튜브의 공식 채널에 올려진 컨텐츠만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노래를 따라 불러, 웹에 올려둔 컨텐츠들도 자발적으로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공유되고 전파되어간다. 원작 컨텐츠는 SM 으로부터 흘러나오지만, 이를 복제하고, 변주하고, 합치고 나누고 놀려대는 수많은 롱테일 파생물들이야말로, SM의 컨텐츠가 이차 창작의 출처가 될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컨텐츠 생태계를 떠받치는 핵심 구성요소이다.
[Update 2011/09/01]이에 대해서는 muzalive 의 블로그에서 미디어의 대중 최적화 시대라는 같은 맥락으로 다루고 있다.
(원문 : Agile Music: Music Formats and Artist Creativity In The Age of Media Mass Customization )
버전 1.0을 아티스트나 레이블이 제작해 제시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 소비자들이 매쉬업하고 리믹싱해서 새로운 창조의 동력으로 삼는 모델. 이것이 궁극적으로 음악 산업과 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에 저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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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12/08/18]컨텐츠의 영향력이 컨텐츠 자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지고 2차 창작물을 향유하는 팬들의 경험 공유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YG 엔터 소속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예상하지 못한 외국에서의 호응은 글로벌한 마케팅을 염두에 두지 않고,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얻은 결과이기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강남스타일의 확산을 구성하는 생태계에는 단순히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원본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확산의 과정에 수없이 패러디되며 복제되고 버전업되는 사용자의 참여 영상이 동시에 기여하고 있다. 어쩌면 후자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TED 컨퍼런스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의 표현을 전용하자면 ‘대중이 가속화시키는 확산'(Crowd Accelerated Spread)이라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SM town concerts (10 June, 2011, Le Zenith de Paris)
출처 : allkpop – SMTOWN LIVE in Paris confirmed for June! – SM Town Live 2011 in France – Concert – Paris
두번째 꼭지, 수익은 누구에게로 돌아가야 하는가?
이수만 회장은 “외국에서 로열티를 받고 문화 콘텐츠를 판 돈“이 충분하다면, 이를 국세로 돌려, 시민들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꿈이라고 또한 밝혔다. 기업의 수익이 기업이 속한 국가의 세금 전액으로 흘러가기를 바란다는 주장 자체도, “한국에서 한류팬의 전당대회, 집성회를 열고 싶다“라는 발언만큼이나, 극단적인 국가주의로 보여지지만, 그에 앞선 전제는 SM의 수익이 온전히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가 바로 이수만 회장의 롤모델일 것이다. 꿈공장 할리우드가 만들어내는 영상 컨텐츠들은 전세계 극장에 상영되어 투자액의 수 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거두고, 이와 연관된 음악, 게임, 캐릭터 상품 등의 세계를 시장으로 한 미국 내의 수많은 관련 산업을 낳는다. 물론 이 모든 수익의 대부분은 미국으로 돌아간다. SM 역시 자사의 컨텐츠 및 로열티 수익이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Update 2012/08/25] 이수만 회장은 2012년 6월 29일 태안에서 개최된 ‘에너지와 문화콘텐츠 융합을 통한 지역 발전전략 대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아날로그적 출생국과 가상국가를 대비시키면서도, 가상국가인 SM타운을 한국에 귀속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친다. “한국은 5000만명이 아니라 수십억 명의 인구를 가진 대국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직접 보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발언에서 유추해본 SM타운은 가상국가라기보다는 가상적인 특징을 띤 아날로그 국가에 가까워 보인다. 참고로, 이 연설을 통해 이 회장은 가상국가 선포일의 D-Day 를 8월 18일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매체의 디지털화와 광대역 인터넷 보급으로 디지털 컨텐츠의 보급이 편리해진 인프라의 발전 외에도, 두시간 남짓의 영화와 오분이 채 안되는 뮤직비디오의 분량 차이로 인해, 음악 컨텐츠는 밀어내기 모델보다 끌어당기기 모델에 점점 더 편입되기 용이해지고 있다. 짧은 분량으로 편집하기 쉽다. 공유되기 적합할 만큼 작은 용량이다. 공유된 내용을 한번 보려고 할 만큼 짧은 분량이다. 짧은 분량 내에서 나름의 완결된 서사구조를 갖거나, 의도한 이미지나 컨셉을 전달한다. 이 모든 요인들이 결합되어, 원작 컨텐츠의 이차 파생물을 창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SM 의 원작 컨텐츠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생태계의 수많은 하위 컨텐츠들이며, 이들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서는, 이러한 하위 컨텐츠들이 세계 각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창작될 수 있도록, SM의 제작과 트레이닝 노하우를 집약한 아티스트 양성원을 각국에 보급시킴으로써, 그 국가들에 투자해야 한다. SM의 컨텐츠를 SM답게 하는 것은 단순히 한국이라는 소속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조직 문화와 양성 스타일을 세계에 적용시키는 것이 그들의 다음 목표이다.
Tickets, SM town concerts (10 June, 2011, Le Zenith de Paris)
최고가인 프레스티지 석의 가격은 111.5 euro, 달러화로는 $154.9, 한화로는 \167000 원 가량이다.
출처 : 13 + 2 + E.L.F. = ♥ – SM Town live in Paris on June 10th! (ticket information)SM Town Live 2011 in France – Concert – Paris
SM은 제조업이 아니다.
그들의 사명은 그들의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파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사명은 꿈을 파는 것이며, 문화적인 창작물을 전파시키는 것이다. 이 사명에 따르면, 선한 것은 수익이 소속국가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복제와 재창작이 가능하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쇄신하고 그 영향력을 늘려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