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는 가정에서 세상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이자, 가장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유희의 대상입니다. TV 수신료 2,500원을 지불하면 지상파 방송을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국내에서 케이블이나 위성 등의 유료방송이 아닌 지상파 TV 를 직접 시청하는 가구는 방통위 집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약 12%에 불과합니다. 이들 가구 중, 다양한 채널을 보기 위해 유료방송을 구독하는 경우도 있지만, 난시청 지역에 거주해서 어쩔 수 없이 매달 구독료를 내며 유료방송을 시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난시청 해소가, 지상파 방송사에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를 도입하려 하고, 디지털 전환으로 유휴주파수가 되는 700 MHz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재할당받으려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적어도 지상파 방송사의 주장에 따르면 말입니다. 하지만 난시청 해소에 대한 공약이 아닌 실제 해온 일들을 복기해보면, 지상파 방송사가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한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관심 밖이었던 난시청 해소를 이제서야 앞세워 공적 목적을 부풀리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KBS 는 절대적 난시청 해소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2011년 6월 현재, 2007년 추정치 자료까지 공개되어 있을 뿐이다.
출처 : 아이러브 KBS
앞으로 몇 편의 연작 포스트를 통해, 난시청 해소의 책임자였던 지상파 방송사가 어떻게 그 책임을 무시해왔는지,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난시청 해소의 주된 주체가 아닌 협의체의 일원이 된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변화되어 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여태껏 시행된적 없던, 진정 시청자를 위한 난시청 해소를 어떻게 모색할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과거 - 지상파 방송사는 책임 이행을 방관해왔다. 현재 - 지상파 방송사는 난시청 해소를 이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 미래 - 지상파 방송사는 통합적인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난시청 해소 전략에 참여해야 한다.
* * * * * * * * * * * *
방통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21.4% 입니다. 다시 말해, 특정 서비스에 매달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보는 가정이 다섯 가구 중 한가구 정도 뿐이 라는 것이지요. 오히려 유료방송에 가입한 가구가 다수를 점하여, 유료 유선방송 서비스와 유료 위성방송 서비스에 가입한 가구가 각각 67.7%, 10.9%에 이릅니다. (통계 출처 : 미디어 오늘 – 남아도는 주파수 팝니다? 방통위의 3가지 거짓말)
그렇다면 유료방송에 가입한 사람들은 유료 방송의 이점인 다채널 방송을 보기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했을까요? KBS의 2006년 일반국민 22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수신이 좋지 않아 케이블에 가입한 이는 전체의 36.5%에 달합니다. 앞선 유료유선방송 구독 가구가 전체의 67.7%임을 고려하면 단순 비율로, 케이블 가입가구의 53% 가량은 지상파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제로 어쩔 수 없이 케이블을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케이블 계약을 해지하고 공시청망을 설치해 지상파를 시청할 수 있으면서 유료방송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게 된 수원의 어느 아파트단지에서는 절반이 넘는 가구가 다른 다채널 유료 방송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절반이 넘는 가구”라는 자료가 “53%”라는 수치의 “비자발적 유료방송 가입자 비율”과 하필이면 수치적으로 유사합니다. (통계 출처 : 뉴스메이커 – 난시청 해법 아직 ‘화면조정중’)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 TV 를 볼 수 없게 되었을까요? 이러한 상태를 “난시청”이라고 하며, 이에는 크게 2가지의 종류가 있습니다. 방송전파가 특정지역에 도달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자연적 난시청”과 건축물 등에 의한 수신장애, 수신설비의 적절하지 못한 관리 등에 영향을 받는 “인위적 난시청”이 그것이죠. 전자보다 후자의 경우가 월등히 많으며, 이에 대한 해결 미비가 수많은 난시청 지역을 낳았습니다.
지형적 특성에 의해 전파가 도달하지 못할 경우 자연적 난시청 지역,
주변 신축 건물에 의해 지상파 방송 전파가 도달하지 못할 경우 인위적 난시청 지역에 해당된다.
출처 : DTV Korea – 난시청
절대적인 난시청의 지역은 전체 지상파의 커버리지 영역의 4% 미만이며 가구수로는 69만 세대입니다. 2005년도의 한국 전체 가구인 15,988,274 가구 대비 (통계 출처 : 국가통계포털) 4.3% 가량이 자연적 난시청 가구의 비율입니다. 지상파 방송은 보편적 서비스이기에, KBS 가 난시청 해소의 책임을 지고 있고, 실제로 1975년부터 2002년까지 송중계시설 구축 및 망시설 확장을 위해 1579억원을,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위한 망시설 투자를 위해 매년 1000억원 정도를 투자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전파의 특성상 절대적 난시청 지역을 100% 해소하기는 현실적인 장애가 큽니다, 비난시청지역 수신율 10%를 올리는 비용을 들여야 겨우 난시청지역의 수신율 1%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KBS 는 지상파만을 이용한 절대적 난시청 해소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보편적 방송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이들 가구의 수신료 면제를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가계에 부담이 되어 유료 위성방송(Sky-Life)을 시청할 수 없는 경우 무궁화 위성 수신기를 대당 25만원(육지 지역)에서 35만원(도서 지역)으로 KBS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5대 5 정도의 비율로 분담하여 설치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투자 출처 : 정녕 ‘누구를 위한 MMS’라 했나? – [반론] 박영희 케이블기술인연합회장 ‘누구 위한 MMS인가’에 대해)
하지만 절대적 난시청을 위한 KBS 의 노력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위의 위성 수신기 설치 지역 이전의 울릉도 지역은, 옥외 안테나만 세우면 KBS의 시청이 가능하다는 KBS 포항지국의 말과 달리, 실제 옥외 안테나를 달아도 수신되는 화질의 상태가 대단히 불량해 시청이 불가능한 지역이었고, 시민들은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을 하고 나서야, KBS 의 위성 설치를 제공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KBS 의 2009년 난시청예산은 2006년 556억 원의 34% 수준으로 추락한 192억 원으로 364억 원이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도 난시청 예산은 전체 예산의 2-3%였었는데 이조차도 깎인 셈이지요.
이것이 난시청이다! 옥외 안테나를 단 상태에서의 KBS 1 TV 수신 상태.
KBS 포항지국에서는 이지역에서 옥외 안테나만 세우면 KBS의 시청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
ⓒ 배상용
이에 반해, 인위적 난시청의 해법은, KBS 로서는 손놓고 코를 풀어버린 격이었습니다. 유료방송이 빈자리를 메꾸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인위적 난시청의 경우, 주변의 고층 건물로 인해 TV 시청에 장애를 겪는 가구는 해당 고층 건물주에게 관할 지자체를 통해 안테나 시설을 요청할 수 있고, 고층건물의 주인은 이 민원을 해결해주어야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실제로 이렇게 해결되지 않아왔습니다. 첫째, 방법적으로, TV수신을 방해하는 건물들이 여러 개일 경우, 직접적인 난시청을 유발한 건물이 무엇인지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하지만, 일반 가구에게 그것을 조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냥 하지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제도적으로, 시민들은 이러한 해결방법 자체를 모릅니다. 2010년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지자체에 접수된 인위적 난시청 민원은 총 216건으로 년 평균 40여건에 불과합니다. 2005년 전체 15,988,274 가구 중 216 가구라면, 십만 가구 중 한 가구 꼴입니다. 전체 가구 중 36.5% 가 지상파 TV 를 볼 수 없어 유료 케이블을 보고 있다는 앞선 2006년 KBS 조사를 떠올리면, 이 제도가 실제 시청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허울 뿐인 해결 정책인 것입니다.
2005년 1월,울릉도 북면의 한 난시청 가정에 KBS 직원들이 위성방송 수신기를 설치해 주고 있다.
출처 : KBS, 울릉도에 위성안테나 무료설치
정말 KBS 가 이토록 인위적 난시청 해소에 무관심해왔었는데, 시청자들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이는 난시청이라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대해, 시기적으로 등장한 유선방송이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으로 대응했었고, 정부와 KBS 는 추가적인 망투자 없이도, 시청자들이 난시청 해결을 위해 매달 유선방송 구독료를 납부하도록 방관함으로서, 유선방송사와 KBS 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디지털 지상파에 쓸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아날로그 중계기에 정부가 주파수를 내주기 어려운 데다가, KBS 내부에서 디지털 중계기도 아닌 아날로그 중계기를 추가 설치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투자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케이블TV는 인위적 난시청 해소의 역할을 위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2002년 망 고도화 투자 이후 공동주택 분리배선에 3000억 원, 2006년까지 3년 동안 공동주택 공시청시설 보수에 1000억 원의 규모로 투자를 해왔습니다. 앞선 KBS 의 2002년까지의 30여년간의 망 투자가 1579억원이었던 것에 반하면, 난시청 해소를 위한 투자의 다수는 케이블방송이 감당한 것으로 봐야할 정도입니다. 디지털 지상파 망을 위한 KBS 6000 억원의 투자는 미래 인프라 확보를 위한 투자이지 아날로그 지상파 난시청 해소와는 관련없으니, 난시청 해소 이슈와는 별도로 생각해야겠지요.
이처럼 케이블TV 가 일방적으로 맡아온 난시청 해소의 잠재적인 문제들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홍보가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에게만 집중되고, 기존 유료방송 시청자들에게는 홍보되지 않으면서, 차후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시 이들의 구독료가 슬그머니 올라버릴 잠재적인 비용증가 문제를 갖고있지만, 이해당사자들은 쉬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지상파 방송의 책임 전가와 의지 부족으로 실질적인 난시청 해소는 케이블 방송 등 유료 방송의 몫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지상파 방송사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와 유휴 주파수 700 MHz 의 방송용 재할당의 목적으로 난시청 해소를 내세우는 것은 넌센스가 아닐까요? 또한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수신을 다루면서 저작권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진채 유료방송의 난시청 해소 기여를 무시하는 것은 편파적인 것이 아닐까요? 다음 포스트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와 타 방송/통신 플랫폼 사이의 몇가지 이슈에서 난시청 해소라는 주제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면서, 책임 없어 왔던 과거의 반성 뿐만 아니라 미래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읽는 능력마저 없는 지상파 방송사의 고집을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과거 - 지상파 방송사는 책임 이행을 방관해왔다. 현재 - 지상파 방송사는 난시청 해소를 이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 미래 - 지상파 방송사는 통합적인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난시청 해소 전략에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