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소프트가 영화스튜디오를 설립해 게임 타이틀을 영화와 TV 시리즈까지 확장하겠다는 뉴스를 접한 뒤, 영화와 게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유비소프트의 시도는 많은 이들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해본 방향이면서도, 실제로는 최초의 시도이기에 많은 기대를 품게합니다. 게임산업이 변해가고 사용자자가 스토리텔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가는 것이 최근의 동향이기 때문입니다.
Ubisoft CEO Yves Guillemot
출처 : New Assassin’s Creed This Year Claims Ubisoft’s CEO
유비소프트는 이미 자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Ubisoft Digital Arts 를 2007년에 설립한 뒤, 어쌔신 크리드(Assasin Creed)나 스플린터 셀(Splinter Cell) 등을 위한 고품질의 홍보 영상을 만들어 왔으며, 아바타(Avatar)의 3D 비디오 게임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2010년에는 유비소프트가 영상효과회사인 Hybride Technologies 를 인수했다고 하네요.
이런 지속적인 노력의 다음 단계가 자체 영화 스튜디오입니다. 영화 제작 뿐만이 아닌 TV 시리즈까지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유비소프트가 비디오 콘솔 게임이라는 하드코어 게임에 강세를 보여왔지만 크로스 미디어 시대에서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쥬얼 게임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대중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기 힘듭니다. 이 글에서는 게임이라는 인터랙티브한 미디어가 영화/TV 시리즈라는 고정형 스토리텔링 미디어와 만났을 때의 새로운 가능성을 소셜게임과 비디오콘솔게임이라는 극단적인 두 축을 중심으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소셜게임과 TV시리즈의 찰떡궁합
라이트한 게임은 게임 시장과 사용자층을 함께 넓히며, 게임 시장의 대세가 되었습니다. 2000년 후반 Wii 와 NDS 가 캐쥬얼 게임으로 새로운 사용자층을 열었고, 페이스북과 함께 소셜게임이 기존의 비디오 콘솔 게임과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쉽고도 전염력 강한 캐쥬얼 게임의 사용자로 대폭 끌어들였습니다.
돈내고 시청하는 영화가 아닌 유료방송 가입만 하면 소비자가 선택에 어떠한 부담도 느끼지 않는 TV 시리즈라면 진입장벽이 낮은 소셜게임과의 결합이 더욱 적합합니다. 영화나 콘솔 게임은 사용자가 구매를 하기까지 고민하는 시간과 치루는 가격이라는 “선택”비용이 크고, 즐기기 위한 일정한 길이의 시간이라는 “유희”비용도 큽니다. 그러하기에 사용자층이 TV 나 인터넷 등의 엔터테인먼트 매체보다 적습니다. 그에 비해 TV 시리즈나 웹의 소셜 게임은 별 고민없는 매일의 여가시간에 유료방송과 인터넷회선을 사용하고 있다면 추가비용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TV 나 소셜 게임은 친구나 지인이 재밌다는 추천을 통해 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셜게임은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잦은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특징과 짧고 잦은 플레이라는 방법으로 사용자의 관심을 점유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미 완성된 타이틀을 경험하는 영화와 비디오게임과는 다른 차이이며, 경험하는 시간동안 다른 관심과 철저히 차단되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인 영화/비디오 게임과는 다른 특징입니다. 맞습니다. 바로 TV 시리즈와 더없이 부합하는 특징이지요
2010 년 10월 인기 드라마 CSI 를 바탕으로 한 게임 CSI: Crime City 이 출시되었다.
제작사는 Area/Code. Ubisoft(!) 에서 퍼블리싱했으며, CBS Consumer Products 와의 협업이다.
출처 : Facebook Game: CSI Crime City Review
그렇다면 TV 시리즈와 결합되어 소셜게임이 가진 특징이 더욱 빛이 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비디오게임의 미덕인 성장형 스토리텔링을 TV 시리즈에 적극 도입하여, 편을 거듭할 수록 주인공의 능력이나 경험이 성장해갑니다. TV 시리즈와 동시에 출시된 소셜 게임도 같이 매 편의 새로운 스토리에 맞추어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고 초반의 단촐하고 간단한 게임이 점점 더 체계를 갖추어 갑니다. 이같은 단계적 구성을 잘 구성하는 것이 TV 시리즈와 연동된 소셜 게임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사용자가 TV 시리즈를 시청하면서 획득한 뱃지나 스티커 등을 소셜 게임에서 이용할 수 있고, 소셜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 등을 이용해 TV 시리즈 앱의 유료 기능 등을 이용하는데 쓰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사용자와 미디어와의 약하면서도 지속적인 연결에서 중요한 점은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컨텐츠 자체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의 구조가 필요하고, 각종 소셜네트워크에 게임과 TV 시리즈에 대한 버즈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관련 앱과 게임의 기록들이 쉽게 공유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게임과 영화, 두 거물이 극대화된 감각 경험으로 뭉치다
현재 가정에서 체험 가능한 3D 경험은 3D 영화 타이틀과 3D 게임 타이틀을 들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라이브 TV 방송에서는 3D 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3D 방송의 보급이 뒤쳐지는 것은 방송 송신 규격이나 디스플레이 및 안경/무안경 등의 다양한 기술들의 표준화 제정 및 보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있지만, TV 시리즈라는 컨텐츠의 BGM (Back Ground Media) 효과 상 집중과 몰입을 유도하는 3D 안경을 낀 채 TV 시리즈를 시청하는 것이 사용자들에게 어색하게 느껴지고, 그러하기에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으로는 크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서 다룬 소셜게임과 TV 시리즈의 약한 몰입의 특징과는 정반대편에 영화와 비디오게임이 있습니다. 이들은 시간과 금전적으로, 사용자의 강한 헌신을 요구하며,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현재도 영화와 게임은 동시에 제작되어 영화 출시일에 맞춰 게임이 동시 발매됩니다. 게임회사인 유비소프트가 주도가 되어 만드는 영화와 게임 프랜차이즈는 이러한 특징을 토대로 어떤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러한 노력은 3D 등과 같은 사용자와의 감각적 인터페이스의 발전과 같이 할 것입니다. 3D 는 그러한 체험의 극대화가 개막함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게임 컨트롤러의 초보적인 진동 피드백이 진화하여, WiiMote 와 Sony Move 가 되었듯, 진화한 피드백 시스템이 사용자와 컨텐츠와의 일체감을 더욱 높여줄 것입니다. NC Soft 의 김택진 대표는 앞으로의 게임시장에 대한 변화에서 3D 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3D는 감각적인 만족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리얼리티(reality)에 다가서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자극의 단순한 조합이 아닌 자극을 통한 경험의 극대화라는 것이지요.
의자에 앉은 채 관람하는 극장에 적합한 감각적 극대화의 도구는 시각적 도구인 3D 안경이 한계일 것입니다. 운동감각 등의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도구의 도입은 근래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좌석에 진동을 주는 4D 영화관 등이 도입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해보입니다.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인 D-Box 는 전세계 70여개 상영관에 자유낙하를 포함한 움직임 등의 움직이는 좌석을 설치했지만, 대당 가격이 2005년 기준 10,000 달러에 달합니다. 사운드트랙에 비교할 수 있는 좌석 움직임을 프로그래밍 하는 데에, 600시간이 걸렸다(“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의 경우)고 하니. 상용보급은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감각적 인터페이스의 도입은 극장에서보다는, 가정의 비디오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입될 것입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대학과 삼성종합기술원의 개발로 TV 시청 몰입을 돕는 카트리지 형태의 향기분사기가 연구중입니다. 이 연구는 극장 좌석에서 장면에 적합한 향을 분출하는 smell-o-vision 시스템을 도입한 1960 년의 영화 “Scent of Mystery” 의 귀환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에는 장면과 향 분사의 시점이 몇 초 이상 차이가 나고, 향이 희미해 킁킁거리며 맡아야 하는 등 불편이 커서, 이 시스템을 도입한 영화는 이 한편으로 막을 내렸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은 100×100 형태의 컨트롤러가 10,000개의 향 카트리지를 조작하는 얼개입니다. 축구경기게임에서 잔디 냄새를 맡으며 ‘현장감’을 느끼거나, 게임에 등장하는 거리의 냄새를 느낀다면 감각적으로 게임의 스토리텔링에 몰입하기 더 쉬워질 것입니다. 디지털 유통매장에서는 프린터 카트리지 와 같이 향기 카트리지로 소모품 비즈니스를 할 수 있으니 사업화 측면에서는 현실성 있는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기술이 컨텐츠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3D 기술이 영화에 도입되면서 나타난 결과에서 이미 목격한 바 있습니다. 3D 영화 장면에서 원근감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원경과의 대비가 뚜렷한 근접 앵글 등의 사용이 늘어난 것처럼, 사용자 인터페이스 도구의 피드백을 염두에 둔 진동이나 신체적 감각을 동반하는 장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는 이러한 도구들이 적극적으로 이용되기에 적합한 장면을 삽입하고, 이에 상응하는 게임의 장면에서 사용자가 도구의 도움으로 그 장면의 현장감을 다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융합될 것입니다. 이처럼 게임회사가 주도가 된 영화 제작은 그러한 피드백 시스템을 염두에 둔 스토리나 장면을 대폭 채택하는 점에서 우위를 지닐 수 있습니다.
Microsoft 의 Kinect 가 피드백 시스템이라는 과거를 효과적으로 지워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방식의 피드백 시스템이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그 도구는 전자 기기가 아닌 일반 사물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도구를 이용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기기에 입력했지만, 이제는 영상만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캡쳐 가능합니다. 따라서 어떤 사물을 쥐고 흔들거나 당기는 것만으로 예전의 게임 컨트롤러를 쥔채 흔들거나 당기는 것과 동일한 게임성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남은 숙제는 사용자의 스토리텔링 참여
영화나 게임 혹은 TV 시리즈 모두 고정된 스토리를 가진 채 진행되므로, 관객의 스토리 텔링 참여의 자유도는 극히 낮아집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컨텐츠이므로 개인화의 가능성도 적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개인화와 스토리텔링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새로운 크로스 미디어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주요한 고민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NC Soft 의 야구구단 참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크로스 미디어 참여의 또다른 방향입니다. 프로 스포츠라는 열린 결말에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게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NC Soft 의 야구구단 참여를 게임 스튜디오의 오프라인 게임 진출의 관점에서 포스트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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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도, 영화도, TV 도 아닌 프로스포츠는 그에 못지 않는 비중을 갖는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입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이라는 무한히 펼쳐진 무정형의 시나리오야말로 오프라인 컨텐츠가 사용자의 스토리텔링에 가장 강하게 호소할 수 있는 강점일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소프 오페라(Soap Opera)의 주 시청층인 25-54 세의 여성들이 소셜 게임 이용이 증가하면서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습니다. 드라마에서 소셜게임으로 관심을 돌린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Mom 3.0 의 저자인 마리아 베일리(Maria Bailey)는 여성들이 인터랙티브한 게임을 즐기며 온라인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 교감을 얻게 되면서, 기존의 가상 친구였던 TV 의 주인공들과의 일방적인 정서적 교감으로는 만족못하게 되었다는 부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스토리텔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상호작용 없는 컨텐츠는 계속 사용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며, 영화와 TV 시리즈 역시 이러한 변화를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Ubisoft 의 새 영화스튜디오와 크로스 미디어: 소셜게임과 비디오게임 양 날개로 사용자의 몰입을 향해 날아야 한다.”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