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터넷 대중화의 시작은 책상 위의 PC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한 PC통신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90년대 말 IMF와 맞물려 PC방이 창업이 늘어나 인터넷 환경에 노출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인터넷 PC 가 정부 주도로 보급이 되었지요. 이런 여러 시대적인 기술변화를 거치며 인터넷 하면 자연스레 PC를 연상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은 문자 위주의 정보 교환과 채팅으로 시작해, 사진, 음악, 이제는 인터넷 동영상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지요. 한편, 무선통신사의 비싼 데이터요금제와, 폐쇄적 무선인터넷 포탈 투자로 무선 인터넷의 활성화가 굉장히 더디어지기도 했고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러한 PC 기반의 인터넷과 전혀 다른 인터넷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문자도, 어떤 멀티미디어도 아닌 음성 기반의 인터넷이라면요? 스마트폰도 아닌 일반 휴대전화기를 이용해 음성으로 인터넷을 하겠다는 전혀 다른 상상이 펼쳐지고 있는 곳, 아프리카가 바로 그곳입니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인터넷 이용 환경, 하지만…
아프리카의 인터넷 이용 인구는 인구 중 10% 에 해당하는 1억1천만명으로 지구 상의 대륙 중에서도 가장 낮은 비율입니다. 북미의 평균인 77.4% 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아프리카에서 늦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현저히 적은 유선 인터넷망은 인터넷 사용 인구 증가의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적으로 문맹자의 비율도 높습니다. 특히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의 문맹률은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List of countries by literacy rate
<출처 : List of countries by literacy rate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Adult literacy rate (%), population 15-49 years
<출처 : Adult literacy in Sub-Saharan Africa – International Education Statistics>
한편으로는, 재미나게도 개발도상국들의 휴대전화기 보급률은 굉장합니다. 이를 유선 광대역 인터넷망의 보급률과 비교해보면 인터넷에 적합한 기기는 자명해집니다. 2009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의 통계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휴대전화기 가입률은 60%에 육박하지만, 유선 광대역 인터넷망의 가입률은 5%에 미칩니다. 당연히 10-20배나 비싼 가격이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개발도상국에서 휴대전화기와 유선광대역인터넷망의 평균비용과 가입률
<출처 : Why the Web Is Useless in Developing Countries – And How to Fix It>
도전 그리고 한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아프리카에서 몇가지 의미있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먼저 짐바브웨의 telecentres 는 PC 기반의 인터넷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중앙 서버에 연결된 이 기관의 컴퓨터를 이용해 구매를 희망하는 상인들에게 자신의 수확물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그들이 자신의 수확물을 받아갈 약속을 정합니다. 심지어 문맹이라 할지라도 telecentres의 관리자에게 도움을 받아 이러한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고받는 정보가 멀티미디어 정보 같은 대용량이 아닌 간단한 정보이기에 BPL(Broadband over Power Line, 전력선 기반 통신시설), 위성, 혹은 라디오 주파수 등으로 서버와의 연결이 가능합니다. 이 시설을 통해 가까운 지역의 농산물에 대한 정보 및 가격, 주문량 등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됨으로써, 주민들의 소득 향상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에도 telecentre가 보다 많은 이들을 위한 영향력있는 해결책이 되거나 널리 보급되기 힘든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telecentre 시설이 건립의 부담이 크다는 점입니다. telecentre는 자립이 아닌 국제 후원으로 지어졌습니다. 건물을 구비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를 갖추는 일, 통신 시설을 연결하는 일, 문자와 컴퓨터 다루기에 능숙한 관리자를 배치하는 일 등등은 유선 인터넷망을 보급하는 일보다 쉽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편 PC 기반이 아니라 이미 널리 보급된 휴대전화기의 SMS 를 이용해 각종 생활형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하여 웹의 편의성을 이용하도록 한 시도도 있었습니다. SMS 를 이용해 농산물 가격에 대한 정보, 운동경기 결과 및 득점, 질병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받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SMS 역시 문맹이 아닌 사람들에게(!) 가능한 방법이고, 문자로 표현이 불가능하거나 문자체계가 덜 갖춰진 언어로 소통하는 사람들에게는 접근할 수 없는 매체입니다.유선 인프라 기반의 PC와 문자 기반의 기존 인터넷으로는 아프리카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가 요원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적합하게 이 두가지 전제를 바꿔버린다면 어떨까요?
전화를 걸어 묻고, 바로 답을 듣는다
말리(Mali), 반디아가라(Bandiagara) 지역의 농부들이 휴대전화기를 들고 있다.
<출처 : Why the Web Is Useless in Developing Countries – And How to Fix It>
World Wide Web Foundation 은 이를 해결 하기 위한 방법으로 휴대전화기에서 이용가능한 음성 브라우저 프로젝트를 제안하여 진행중입니다. WWW 재단의 CEO 인 Steve Bratt 는 아프리카를 다니며 여러 농업인을 만났지만, 그들 모두가 문맹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유선 인터넷이 보급되었다고 해도, 각자가 갖고 있는 농업에 대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입니다. 휴대전화기의 음성 브라우저가 있다면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이나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짧게 통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가족이 아플 경우, 음성 브라우저를 이용해 가장 가까운 의사의 위치를 말로 묻고, 음성으로 답변을 듣는다면, 빠른 응급조치가 가능하겠지요.
물론 현재도 아프리카 무선통신사에는 휴대전화기를 이용해 인터넷을 할수 있는 데이터요금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연히 비싸기 때문이지요. 음성 브라우저를 이용한 유/무형의 혜택이 데이터 요금제보다 더 크다면 사람들은 휴대전화기로 인터넷을 이용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Bratt 의 예를 따르면, 생산물을 가장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는 시장, 농업 기술을 향상 시키는 법 등을 알게 되어 $20 를 더 벌게 되면, 기꺼이 전화 통화나 브라우저 요금으로 $5 을 지불할 것이라는 것이지요. 심지어 이 비용은 유선 인터넷 요금보다 훨씬 쌉니다.
웹에 지역별 컨텐츠를 조성하라
WWW 재단은 웹에 접근 가능한 기술적인 준비 뿐만 아니라 현명하게도 웹이 접근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되도록 웹 서비스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아프리카의 개발자들을 훈련시켜 간단한 웹 서비스를 작성하도록 하는 기업가 프로그램인 Mobile Entrepreneurs in Africa 을 통해, 인터넷에 아프리카인의 생활에 밀접하고, 어떠한 교육 수준에 있는 사람도 접근 가능한 자국어 컨텐츠를 더하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 기업가 모바일 워크샵이 지난 2월에 가나에서 열렸습니다. 웹 상의 자국어 컨텐츠를 늘려, 사용자들의 인터넷에 대한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통신사는 투자를 늘리게 되어 결과적으로 개발도상국의 더 많은 사람들이 지불가능한 수준까지 데이터 비용을 낮추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음성통화에서 문자커뮤니케이션으로 옮겨가는 모바일 시대, 음성 브라우징은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연령이 어릴수록 음성통화보다는 SMS 를 더 많이 사용하고, 페이스북과 구글이 잇달아 그룹메시징 시장에 진출하면서, 휴대전화기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는 문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음성으로 웹을 이용하겠다는 시도는 퇴조해가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트렌드에 대한 늦은 투자일까요?
음성 웹브라우징이 극복해야할 점들을 꼽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문자정보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이용행태에 비해 음성 웹 브라우징은 주고받는 정보량 자체가 작기 때문에, 사용자의 요청에 대해 의도를 파악해 최적의 음성 답변을 제공하는 점이 중요해집니다. 검색 이용행태를 보면 PC 상의 문자 이용의 경우 사용자는 자신이 목적하는 웹페이지를 찾기까지 검색어 조합을 타이핑하여 입력하고 결과를 몇초안에 한눈에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음성의 경우는 검색 결과가 음성으로 제공되기에 눈으로 파악할 때와 같은 량의 검색결과를 들으려 한다면 몇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문자 지원이 되지 않는 언어의 컨텐츠 조성 및 음성 검색 쿼리들을 자료화시키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문자 지원이 되지 않는 언어 사용자들에게는 음성 브라우징의 효용이 훨씬 더 큽니다. 보이스 브라우저 프로젝트의 주된 기술 중 하나가 음성 인식 및 문자 음성 변환(TTS)입니다. 이를 이용해 사용자의 음성 검색 쿼리를 문자로 변환하여 그에 해당하는 정보를 찾은 뒤 이를 다시 음성으로 변환하여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해당 언어의 문자표준이 정해지고 및 그에 맞는 음성인식/문자 음성 변환을 준비한다면, 해당 언어의 웹상에서의 이용율이 현저하게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진국(developed countries)의 인터넷이 발달해온 방식을 쫓아가는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인터넷을 시도하는 이들의 이름을 개활국(開活國, deep alive contries)로 불러보면 어떨까요? 여러 한계를 기꺼이 감수하고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바로 이 힘은 바로 Bratt 이 되묻는 질문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왜 모두가 빠른 유선인터넷망과 컴퓨터를 가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왜 모두가 글을 읽고 쓰게 되기까지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웹에서 접근 가능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야 합니까?”
“아프리카의 높은 문맹 비율과 부족한 유선 인터넷망이 휴대전화를 만나다: 음성 기반 브라우징이라는 뜻밖의 인터넷”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