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들어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페이스북 폰에 대한 루머나 발표가 세 건이나 있었습니다. INQ 에서 페이스북 폰으로 개발 중인 모델로 추정되는 모델이 블루투스 및 와이파이 인증을 통과했다는 소식, 소니 에릭슨이 자사의 안드로이드 스마트 폰에 페이스북의 SSO(single-sign-on)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겠다는 소식, 그리고 HTC 에서 페이스북 폰을 2월 MWC 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첫 건은 아직도 판명되지 않은 이슈이고, 두번째는 페이스북 폰이라 할만큼 폰과 연동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세번째건은 긴밀히 페이스북을 통합하긴 하였어도 페이스북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페이스북에서 부인하였습니다.
출처 : Smartphone Reviews, News, and Video – pocketnow.com
First ‘Facebook Phone’ Outed: INQ Cloud Touch With Android? [Update]
페이스북 폰에 대한 기대와 공식적인 부인은 아직까지 평행선입니다. 페이스북이라는 웹서비스가 모바일 단말의 플랫폼으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은 시간문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모바일 단말 OS 에는 관심이 없다며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였습니다.
정말 페이스북은 단말 OS 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요? 2011년 페이스북의 핵심 전략은 모바일이라고 밝혔음에도, 그들의 부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할까요?
페이스북 폰의 출시가 당연스러워 보이는 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진심으로 모바일 단말 OS 로의 확장을 원치 않을 이유도 존재합니다. 사용자 경험 자체가 페이스북의 핵심 전략이라면 말입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페이스북과 더불어, 아이패드용 색연필 그리기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색연필 브랜드 크레욜라의 예를 함께 소개하면서, 플랫폼 확장이라는 전술보다 중요한 사용자 경험 증대라는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페이스북 : 빼앗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확실히 페이스북에서 가능한 수많은 기능들은 모바일에서의 경험을 훌륭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의 친구 목록은 휴대폰의 주소록을 대체하고, 페이스북 챗이나 메시지는 SMS 의 대체재가 되며, 페이스북과 스카이프의 협력은 통화기능을 대체할 것입니다. 수많은 페이스북의 애플리케이션들을 휴대폰에 효과적으로 이식하고, 개발자들에게 휴대폰용 API 를 개방해 지속적인 애플리케이션의 유입을 지원한다면제법 그럴 듯한 스마트폰 OS 로의 확장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통신사의 데이터망을 사용 않는 아이팟 터치와 같은 모델로 출시된다 할지라도 휴대폰의 주요 기능을 모두 이용가능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모바일 OS로의 확장 전략이 그럴 듯한 외관을 지녔지만, 페이스북의 핵심 전략은 이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기존 스마트폰 OS 의 지분 중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 아니라, 모바일 기기의 사용자에게 페이스북의 사용자 경험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입니다. 페이스북의 현재 모습은사용자 간의 관계 및 기록의 누적을 중심으로 하는 웹/모바일 서비스이면서, 이러한 관계망을 이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의 집합소이자, 사용자들이 다른 수많은 웹/모바일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대표 계정 역할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소니 에릭슨에서 발표한 안드로이드 폰에서의 페이스북 Single-Sign-on 채택이 그러한 대표 계정 전략을 소니에릭슨에서 적극적으로 끌어 안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3개 버전의 웹사이트와 아이폰 앱, 안드로이드 앱 등 7개 이상의 버전을 공식지원및 유지보수 및 관리하는 페이스북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지원해야할 버전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어느 경로를 통해서 페이스북 서비스를 이용하든 비일관성을 느끼지 않게 자사의 서비스를 다듬고, 새로운 서비스들을 오픈하면서 여러 버전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써드파티 업체들에게도 개발의 수고를 덜어주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모바일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2배나 더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며, Place 서비스와 Group Deal 기능을 앱에 확장시키고, HTML5 지원을 주요 전략으로 삼는 모습은 이러한 자사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노력입니다.
그렇다면 구글이 모바일 단말 OS 를 선택한 이유는 페이스북이 모바일 단말 OS 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와 어떻게 달랐던 것일까요? 이는 광고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 두 회사의 타겟 데이터 성격의 차이에서 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본래부터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한 타겟형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삼았던 구글에게는 모바일 광고 시장이 놓칠 수 없는 새로운 수입원이었습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켓, 자사의 모바일 웹 서비스 등과 긴밀히 연동된 광고 플랫폼을 위해서는 모바일 단말 OS 가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모바일 단말 OS 로 진입할 경우 타겟형 광고 유치를 위해 페이스북이 이용하기 적절한 데이터는 모바일 기기로 이뤄지는 통화, SMS 등의 관계 데이터인데, 이를 이용해 광고를 하는 것은 사생활에 너무 많이 개입하는 것이 됩니다. 이미 페이스북은 사생활 공개 여부 제어권 등의 이슈로 사람들의 우려에 비해 프라이버시 문제를 심각하지 않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런 마당에 PC 에서의 웹 사용 기록보다 훨씬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사용 기록을 페이스북이 접근한다는 것은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프라이버시에 접근하도록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위협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에게는 최악의 수였을 것입니다.
크레욜라 : 도구를 파는 제조업이 아니라 경험을 파는 서비스업이다.
크레욜라는 크레용, 매직펜, 색연필, 매직찰흙, 물감 등을 만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용품 전문업체 중 하나입니다. 1885년부터 12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제조업체가 2011년 CES 에 등장했습니다. “Crayola Color Studio HD” 라는 이름으로 아이패드와 함께 말입니다.
크레용 업체는 기존의 스케치북을 갖고 이뤄지던 색연필을 갖고 노는 경험을 아이패드에 이식했습니다. 전용 스타일러스 펜과 함께 선보여 기존의 색칠 놀이의 경험과 굉장히 흡사합니다. 그리기 애플리케이션은 기존에도 여럿 있었지만, 크레욜라의 애플리케이션은 전용 스타일러스 펜과 함께 나오면서 기존의 사용자 경험과 유사성을 제공하면서도 손쉽게 색깔을 바꾸고, 여러장의 밑그림을 바꾸는 등 디지털의 여러 장점을 자사의 사용자 경험으로 훌륭하게 끌어들였습니다. 또한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부모들을 상대로 자사의 고객의 외연을 확장하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이용해 색칠을 하는 앱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도구를 손에 쥐고 문지르는 과정에서 바닥으로부터 받는 반작용의 감각이 색칠놀이를 이루는 주 요소 중의 하나라고 본다면, 크레욜라의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은 이러한 경험을 총체적으로 디지털로 이식한 것입니다. 아이패드라는 널리 퍼져있는 단말을 이용함으로써 단말 개발에 필요한 리스크를 지지 않아도 되었고요.
얼핏 보면 이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은 색 필기구의 대체제이기에 크레욜라에게는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자기잠식의(cannibalization) 위협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확장을 감수한 것은 사용자에게 창조의 경험을 전달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재 포지셔닝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 확장 자체가 아닌 사용자 경험 증대가 목적이다.
사용자를 늘리고, 자사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플랫폼 확장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좋은 전략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보여주는 플랫폼 확장에서의 단호한 집중과 크레욜라가 보여주는 자기잠식을 각오한 사용자 경험의 다양화는, 플랫폼 확장이라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전략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 경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더 풍성하게 하는 것이 이들이 택한 전략입니다.
“페이스북이 스마트폰 플랫폼이 되려 하지 않는 이유 – 플랫폼 확장이라는 전술을 통한 사용자 경험 증대라는 전략”에 대한 2개의 생각